부처님의 마지막 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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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보림사 댓글 0건 조회 790회 작성일 21-03-18 12:28본문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
오늘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는 그 때까지 가장 강조한 불방일(不放逸, Appamāda)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기 전 마지막 행적을 소상히 적어놓은 디가 니까야 16번 「대반열반경」에서 ‘불방일’이라는 말을 대표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구들이여, 참으로 이제 그대들에게 당부하노니, 형성된 것들은 변하기 마련인 법이다. 방일하지 말고(불방일) 해야 할 바를 성취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유언이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수행자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말씀으로 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이 말씀에서 첫 번째로 보면 ‘형성된 것은 변하기 마련인 법이다’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현상들이 고정불변하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것들을 쫒아가지 말고 해야 할 바를 성취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이때의 ‘불방일’이라는 말은 단순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해라 라는 의미도 있지만 불교적으로 보면 세상을 살면서 방심하고 마음을 놓아버리지 말고 알아차림하라는 의미입니다. 복주석서에 보면 지혜와 함께하는 알아차림을 불방일(不放逸, Appamāda)이라고 특화시키기도 합니다.
부처님의 유훈을 천천히 살펴보면 변하기 마련인 세상의 경계에 휩쓸리지 말고 윤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최상의 지혜를 알려주신 것입니다. 그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게으르지 않게 알아차림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윤회의 원인을 갈애라고 보신 것처럼,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에 집착을 일으키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갈애의 대상이 되는 것들을 지혜의 눈으로 관찰해서 영원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이해하게 되면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해야 할 바를 성취하는,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 존재인 아라한이 되는 것입니다. 「대반열반경」에서 몇 마디로 짧게 설명하셨지만 거기에는 불교의 묘미가 다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형성된 것들이 변하기 마련이라는 것은 이 세상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타 종교에서는 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불교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항상 새롭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무엇인가 있다 싶다가도 다시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변화의 과정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일하지 않고 해야 할 바를 다해서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면 그 동안 영원한 것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휩쓸리고 집착을 일으키는 마음을 놓고 경계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성취하게 됩니다. 깨달음을 성취한 존재를 표현하는 말 중에 ‘팔풍에 흔들리지 않는다(八風不動)’라는 말이 있습니다. 뭔가 이익이 있어서 잘되거나 쇠락하거나(이쇠 利衰), 뒤에서 흉보거나 칭찬하거나(훼예 毀譽), 앞에서 칭찬하거나 비난하거나(칭기 稱譏),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苦樂) 이런 팔풍(이쇠훼예칭기고락 利衰毁譽稱譏苦樂)’의 경계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불방일, 모든 선법의 뿌리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선법, 유익한 법은 불방일을 뿌리로 하고 있습니다. 경전 곳곳에서 부처님께서 불방일의 중요성을 말씀하고 계시는데, 그 중 앙굿따라 니까야 「불방일 경 Appamāda-sutta (A6:53)」을 보면 불방일이야말로 금생과 내생의 이익 둘 다를 성취할 수 있는 유일한 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생명의 발자국들은 코끼리 발자국에 포함되듯이, 뾰족 지붕이 있는 집의 서까래들은 모두 꼭대기로 이르고 꼭대기로 향하고 꼭대기로 모이듯이, 불방일이라고 하는 것이 모든 선법이 일어나는 근간입니다. 그렇다면 불방일을 왜 자꾸 강조하시는 것일까요? 선법과 유익한 법은 노력하지 않고 인생을 대충 흘러가는 대로 살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대충 살아도 얻어질 수 있고, 계발될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열심히 하라고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아무 것도 할 일 없는 한가한 도인이라는 뜻으로 ‘무위한도인(無爲閑道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아무 것도 안하고 인생을 대충 편안하게 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번뇌를 소멸했기 때문에 할 일을 다 해 마친 존재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런 존재들을 다른 말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무학(無學)’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선과 불선은 상대개념인데 이런 아라한의 경지에 이른 존재들은 불선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더 이상 선이라는 개념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 때부터는 작용만 하는 마음으로 아라한이 된 존재가 하는 행위는 업이 되지 않고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따라서 하는 행위마다 업을 지으며 흔적을 남기는 중생들은 이런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혜롭게 알아차림하며 의도적으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수행을 하지 않고 일생을 사는 사람들은 다시 선처에 태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간 몸 받은 다음에 또 다시 인간 몸을 받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것도 다 이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선법은 계발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해야만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항상 방일하지 마라, 게으르지 말라고 하신 것입니다.
돈이나 명예를 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세속에서도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데, 정신적인 평화야말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서는 절대 얻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자기를 극복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방일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마음속의 번뇌를 극복하고 선법을 계발하는 삶을 살 수 있는지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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